"엄마, 소원 빌었어?"

라며 선이가 대뜸 묻기에 아, 오늘이 정월대보름이었던가 했다.

 

 

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다.

거실에서 국회의사당이 창 너머로 보이는데,

지붕에 닿을 것처럼 굉장히 가깝고 크게 달이 떴다.

 

 

매년 정월대보름마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.

나이가 들어 가면서 소원리스트도 조금씩 바뀌어 갔지만,

제일 첫번째 소원은 늘 같았다.

 

'할머니,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해주세요'

 

 

올해에는 할머니 소원은 빌 수가 없겠구나 싶어

또 아득해지고, 눈이 무거워지려는데

선이가 '엄마, 난 소원 빌었어!' 한다.

 

무슨 소원 빌었냐니까 비-밀 이라며 몸을 베베 꼬더니

얘기를 해준다.

 

 

"뭐 빌었냐며언,

밥 잘 먹게 해주시고,

건강하게 해주셔서

감기 안걸리고 해주세요.

그래서 아이스크림 많이 먹게 해주세요.

(내가 맨날 감기 안걸려야 아이스크림 먹을수있다 했더니 ㅋ)

 

그리고

날개가 생겨서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세요."

 

아이스크림 먹고파하는 마음도 귀엽고,

하늘을 날고싶은 마음도 있구나 싶어 웃다가

 

선아, 하늘을 높이높이 날다가 엄마랑 멀리 떨어지게 되면 어쩌지?

했더니

 

갑자기 보름달을 향해 두손을 모으고 두눈을 꼭 감고는

"날개가 생겨서 하늘을 날지 않게 해주세요. 절대 안돼요, 절대!" 란다.

 

세상에.

어린 마음에 엄마랑 헤어지게 될까 봐 걱정됐나 베 ㅠ

이 애미가 동심에 상처를 냈고마 ㅠ

 

 

여튼, 참 감사한 일이다.

할머니를 떠나보내도 내가 견딜 수 있는 힘,

가족이 바로 곁에 있어 다행이다.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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